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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북한산 백운대 등반기 - 성곽길 따라 정상까지, 6시간의 가을 산행

by 라미0 2026. 10. 10.
📅 등반일: 2026년 10월 9일
🕐 출발: 12:30 북한산우이역  |  도착: 19:00 인수암
🧭 코스: 북한산우이역 → 우이동만남의광장 → 선운각 → 대동문 → 용암문 → 백운봉암문 → 백운대(836m) → 인수암 → 도선사
📏 거리: 약 10km  |  소요시간: 약 6시간

공휴일 오후, 오랜만에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북한산우이역에서 출발해 백운대 정상까지 — 서울 한복판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오후 1시에 출발했지만, 성곽길의 가을 단풍과 장엄한 암릉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습니다.

 

1구간 | 출발 — 우이동만남의광장 · 선운각

북한산우이역을 나와 우이동만남의광장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공휴일 오후답게 등산객들로 활기차 있었습니다. 광장을 지나 선운각 방향으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계곡 옆을 따라 걷는 길은 가을 공기가 서늘하고 상쾌했습니다.

우이동 만남의 광장 사진, 광장에서 선운각으로 올라가는 길

 

선운각 입구 사진, 탐방로 초입

 

선운각 인근에는 산장 느낌의 작은 쉼터와 이정표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등산로 안내도를 확인하고 대동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선운각은 평소엔 카페, 행사 대관인 경우 휴점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야외결혼을 하더라구요)

 

2구간 | 대동문 가는 길 · 대동문

선운각에서 대동문까지는 경사가 제법 있는 구간입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대동문 0.2km' 이정표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대동문은 북한산성의 동쪽 문으로, 웅장한 석축과 아치형 문루가 역사의 무게를 전해줍니다.

선운가에서 대동문으로 올라가는길, 표지판

 

대동문 바깥 사진, 안쪽 사진, 대동문 설명

 

대동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안내판을 읽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 축조된 북한산성의 역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3구간 | 성곽길 · 용암문

대동문을 지나면 북한산 성곽길이 펼쳐집니다. 성벽을 따라 걷는 이 구간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입니다. 북한산성은 1711년(숙종37)에 북한산에 쌓은 것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유사시에 대비해 한양 외곽에 성을 쌓자는 논의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산성이라고 합니다.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든 산비탈 위로 회색 성벽이 이어지고, 성벽 너머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동장대, 대동문에서 용암문으로 가는 길

장대는 성곽 내에서 군사 훈련을 지휘하고 사방을 관측하여 방어 체계를 총괄하던 군사시설입니다. 북한산성에는 동장대, 남장대, 북장대가 있는데, 이 중 동장대는 최고 지휘관이 며물던 곳으로 장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합니다. 조선 숙종 38년(1712년)에 처음 지어진 동장대는 일제강점기 이후 훼손되었고, 1996년 잔존유구를 바탕으로 수원화성 서장대와 유사한 2층(중층) 누각 형태로 한 차례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성벽 위로 백운대 암봉이 선명하게 솟아 있습니다. 소나무와 성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으로는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용암문

용암문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이정표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백운대를 향해 마지막 오르막을 준비했습니다.

 

4구간 | 용암문 → 백운봉암문 → 백운대 직전

용암문 이후 구간은 본격적인 암릉 코스입니다. 나무 계단과 철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지만 경사가 급합니다. 계단을 오르며 돌아보면 성곽길과 서울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용암문을 지나 백운대로 가는 길

 

드디어 도착한 백운대 초입

백운봉암문(白雲峰岩門)을 통과하면 백운대가 코앞입니다. 산악구조대 안전센터를 지나 '백운대 0.3km' 이정표를 보는 순간, 저절로 발에 힘이 실렸습니다.

백운봉 올라가는 길
 
💡 Tip. 백운봉암문 이후 구간은 손을 짚어야 하는 암반 구간이 있습니다. 장갑 착용을 권장하며, 하산 시에도 이 구간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5구간 | 백운대 정상 (836m)

드디어 백운대 정상입니다. 오후 5시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서울의 전경이 발 아래 펼쳐졌습니다. 화강암 정상 암반 위에 태극기가 나부끼고, 사방이 탁 트인 전망에 그간의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수봉(왼쪽)과, 만경대(오른쪽)는 백운대와 함께 삼각산으로 불립니다.

 

백운봉 정상 사진

정상에는 1975년 한국산악회에서 세운 통일서원비와 3·1운동 역사를 새긴 암각문이 있습니다. 북한산 백운대는 단순한 등산 명소를 넘어,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외국인도 많았는데, 외국인들 사이에서 북한산 백운대 등반이 여행코스로 알려져 있나봅니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만경대, 백운봉암문에서 본 노을
 
오후 5시가 넘어가니 노을 뷰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멀리 노을빛이 담긴 한강까지 보였습니다. 바다로 추정되는 곳까지 보였는데, 진짜 바다였을까요...?
 

6구간 | 하산 — 인수암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서둘러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인수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본 노을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석양에 물든 구름과 백운대 암봉이 빚어내는 풍경 — 이 한 장면을 위해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백운대에서 도선사방향으로 내려오는 중간에 본 인수암, 그리고 뜻밖의 야등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진 산길. 휴대폰 조명을 켜고 조심조심 돌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던 길 산 속에 인수암(절)이 있었습니다. 오후 7시, 도선사에 무사히 도착하며 6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총 2.5만보 걸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종아리가 아프네요)

🏔️ 산행 총평

북한산 백운대는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오를 수 있는 만족도 높은 코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성곽길 구간은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일반 등산로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추천 대상: 중급 이상 등산 경험자  |  주의사항: 백운봉암문 이후 암반 구간 스틱·장갑 필수, 일몰 시간 확인 필수 (헤드랜턴 권장)

다음에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여유 있게 성곽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 등산의 목표는 대동대였는데, 아쉬운 마음에 백운대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대동대, 용암대 그리고 백운대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멋졌습니다. (도선사에서 백운대로 바로 올라가면 시간은 단축되지만 이만한 경치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아직 이런 풍경을 모르고 지냈다는 것도 아쉬울 정도로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가을 산행, 북한산 백운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